엄동설한의 칼바람이 불어치는 목요일에 낯설게도
중구캠퍼스가 아닌 청구캠퍼스에서 수업을 진행하였습니다.
회색뺀질이 마네킹들과 다같이 조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단단한 플라스틱 재질의
뺀질이에게 모두들 가져온 재킷들을 걸쳐보며
재킷의 만듦새에 대해 논하였습니다.

마네킹들이 살찐건지 대체로 옷들이 낑기는 듯
어딘가 작게 느껴지는 듯 했습니다.
강사님으로부터 재킷 사이즈 측정에 있어
중요한 포인트들에 대해 안내받았습니다.

앞품, 라펠의 몸통으로부터의 폭(높이), 뒷품, 어깨너비 기장재는 방법등등...
자켓을 안팎으로 완전히 뒤집어서 안감이 바깥으로 보이게 뒤집어서
마네킹에 입혀보기도 했는데 안감을 겉으로 보이게 입혀놓은 것도
그 나름대로 색다른 매력이 있어서 해체주의적 디자인에
활용할 수 있다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안감과 겉감의 관계에 대해 배우게 됐는데 안감에
자바라나 기세등 겉감보다 커서 여유가 있지 않다면
겉감이 울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하는 중요한 이슈를 알게됐습니다.
우리네 인생도 차 한잔 할 수 있는 여유가
윤활유같은 삶의 활력소를 준다는 점에서
식도로 꼴깍 넘어가는 차나 커피가 어쩌면 안감의
자바라, 기세같은 존재가 아닐까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끽다거... 그것은 자바라입니다.
아아... 자켓을 입을 때 우리는 여유를 느끼는 것이 다름 아닙니다.

모두들 재킷을 회색뺀질이에 입혀서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을때
어떤 학생 둘은 직접 자켓을 입어보고 채촌을 하고 있었습니다.
언뜻 봤을때 그 모습이 무척 프렌들리 해보고 정겨움이 느껴지는 듯 했으나
강사님이 핏팅을 봐주면서 자켓을 입고 있는 모델 학생분에게
입고 있을때 기분이라든지 착용감들을 물었을 때
학생이 피드백을 하는 점에 있어서 무생물의 차가운
회색 뺀질이와 인간과의 차이점에 대해 생각을 안할수가 없었습니다.

기분... 그것은 사람과 마네킹(+ 3D 클로에서의 아바타도 포함)이
옷을 입는 메카니즘의 근본적인 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옷이 웃으면 그 옷을 입는 사람의 기분도 좋아져 표정이 편다는 사실을 상기했습니다.
결이 맞는 옷, 사람의 몸에 맞게 적절히 설계된 패턴과 적당한 원단으로 제작된 옷이라야
비로소 입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들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분 그것은 하이데거의 말에 따르면 존재개시의 기본적인 조건이자
현존재의 현재 지금을 있게하는 실존적인 상태인 것입니다.

아바타나 마네킹은 입혔을때 기분에 대해 이야기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한계점이 명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결코 AI나 디지털의 영역으로 치환될 수 없는 영역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